[김희권의 문화예술 돋보기] 방탄소년단(BTS) 삼고무 춤 공연 관련 무용저작권 논쟁
[김희권의 문화예술 돋보기] 방탄소년단(BTS) 삼고무 춤 공연 관련 무용저작권 논쟁
  • 김희권 문화예술학 박사
  • 승인 2019.01.0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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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의 목적과 존재 의미, 충분히 고려해야

 

지난 멜론어워드 2018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BTS)이 우리 전통악기 소리와 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화려한 퍼포먼스 공연을 펼쳤다.
▲ 멜론어워드 2018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BTS)이 우리 전통악기 소리와 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화려한 퍼포먼스 공연을 펼쳤다.

 

지난 2018년 12월 1일, 방탄소년단(이하 ‘BTS’)은 ‘멜론 뮤직어워드’ 시상식에서 전통춤을 접목한 삼고무 춤 공연을 보여줘 화제가 됐다. 이날 BTS의 공연에서는 국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통악기 소리와 더불어 삼고무 춤·부채춤·탈춤·사자춤·사물놀이 릴레이까지, 다양하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은 물론, 전 세계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BTS는 한국 최초로 미국의 빌보드 메인 앨범 순위 ‘빌보드 200’ 정상에 2번이나 오른 한국 남자가수 그룹이다. 이들은 북미와 유럽 등 공연을 통해 많은 해외 관객과 소통하며 전 세계적인 유명 그룹으로 꾸준히 성장한 K-pop 한류열풍의 핵심이다. 그런 BTS의 한국 전통춤 퍼포먼스는 유튜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 팬들에게 확산하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한국의 전통예술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BTS reaction’, ‘MMA 2018 BTS’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엄청난 수의 외국인 반응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서는 BTS의 삼고무 춤 공연이 ‘저작권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삼고무는 세 개의 북을 뒷면과 양옆에 설치하고 북을 치며 추는 춤이다. 춤에서 다섯 개의 북을 치면 ‘오고무’, 일곱 개의 북을 치면 ‘칠고무’ 등으로 부른다. 故 우봉 이매방(1927~2015) 선생(이하 ‘이매방 선생’)이 체계화한 우리 전통춤으로, 그 역동성에서 비롯한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 2018년 1월 15일, 유족들은 이매방 선생을 저작자로 ‘삼고무 춤’을 저작권 등록했다. 2015년 8월 7일에 이매방 선생이 타계한 지 2년이 훨씬 넘은 시점이다. 이매방 선생의 사위인 이혁렬 씨가 대표로 재직 중인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이하 ‘아트컴퍼니’)는 “삼고무 춤이 변질되는 것을 막고, 원형을 지켜나가기 위해 저작권을 등록했다”고 말했다.

 

▲ 전통춤 무형문화재 우봉 이매방 선생.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예술사전)
▲ 전통춤 무형문화재 우봉 이매방 선생.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예술사전)

 

저작권 등록 제도는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면 받아 주는 것으로, 등록 자체가 저작권이 있다는 공식적 확인의 성격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트컴퍼니는 ‘국립무용단 향연(The Banquet) 공연의 삼고무 춤 사용 저작권료가 공연 당 300만원에 해당한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삼고무 춤을 공연하거나 교육하는 기관에 저작권료를 주장해 논란이 됐다. 

 

이에 지난 2018년 12월 5일, 이매방 선생에게 춤을 전수받은 제자들이 속한 우봉이매방춤보존위원회(이하 ‘보존위원회’)는 청와대 게시판에 ‘전통 무형문화유산의 사유화를 반대한다’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보존위원회는 이 청원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제97호 살풀이춤 보유자인 故 이매방 선생님의 유작을 지켜달라는 취지”라면서 “故 이매방 선생님의 유작은 우리나라의 귀중한 무형문화유산이므로 많은 무용인이 전승하고 널리 알려야 할 유작”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러한 귀중한 무형문화유산을 영리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유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보존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고무와 삼고무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춤”이라며 “이매방 선생님의 순수 창작물이라는 주장과 저작권 등록은 전통문화를 사유화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더욱 불거지자 정부가 나서 조정안을 만들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이매방 선생의 유족들과 제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해 갈등을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 지난해 12월, 우봉이매방춤보존위원회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삼고무 춤 사유화 반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지난해 12월, 우봉이매방춤보존위원회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삼고무 춤 사유화 반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과연 전통춤에 대해 특정인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 여기서 핵심은 창작성의 유무를 가리는 것이다. 그런데 전통춤에 창작성이 어느 정도 가미돼야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우선 이매방 선생이 삼고무 춤 자체를 최초로 창작했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삼고무 춤의 원형을 고려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면 이매방 선생의 저작권을 어느 부분에서 인정할 수 있는가. 

 

지난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문화재단에서는 ‘춤 문화유산, 저작권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이과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매방 선생의 유가족은 불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삼고무 춤에 관해서도 이매방 선생이 최초로 창작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삼고무 춤이 과연 선생이 초기에 창작한 모습 그대로인지부터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어느 안무가가 한 편의 무용 작품을 창작한 경우라도 그 작품 전체에 대해 저작권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작품 안에는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누구나 사용하는 동작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동작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각종 공연의 삼고무 춤 논란에서도 이매방 선생이 직접 창작한 특정 동작만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 물론 정확하게 어떤 부분이 이에 해당하는지를 가려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BTS가 공연한 춤은 이매방 선생의 저작권을 침해했나?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BTS의 춤이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동작이었는지, 이매방 선생이 창작한 동작과 똑같은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또 BTS가 새롭게 창작한 부분이 있는지 등을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 다만 저작권 침해 여부를 따지기 전에 생각해야 할 대전제가 있다. 바로 ‘저작권법의 목적’ 규정이다. 우리 저작권법이 저작권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명시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조정안을 만들겠다는 문화체육관광부나, 이 사건이 혹시 법적인 문제화할 경우 검찰·법원의 담당 공무원은 반드시 ‘저작권법의 목적’ 규정을 전제로 고려해야 한다. 

 

아트컴퍼니가 삼고무 춤을 공연하거나 교육하는 기관에 저작권료 주장을 하는 것이 과연 우리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전통에서 비롯한 춤이라는 점을 고려해 자유롭게 활용케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 볼 일이다.

 

▲ BTS의 우리 전통예술을 재해석한 삼고무 춤 공연 이후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전 세계 팬과 시청자들의 다양한 호응이 쏟아지고 있다.
▲ BTS의 우리 전통예술을 재해석한 삼고무 춤 공연 이후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전 세계 팬과 시청자들의 다양한 호응이 쏟아지고 있다.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은 저작자의 ‘이용허락’이다. 위와 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만약 아트컴퍼니 측에 삼고무 춤의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해도, 오히려 무상으로 이용허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삼고무 춤과 이매방 선생의 이름을 널리 알린다는 조건을 두고 허락할 수도 있다. 

 

저작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과 이야기해 보면, ‘오히려 BTS 덕에 삼고무 춤이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 만약 BTS가 삼고무 춤을 공연에서 보여주지 않았다면 아트컴퍼니 측이 이처럼 쉽게 국민에게 삼고무 춤을 널리 알릴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매방 선생에게 저작권이 있는 삼고무 춤까지 누구나 무상으로 공연하게 허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매방 선생의 노력을 저작권을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아트컴퍼니 측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다만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공통분모가 있는 한, 양측 주장 사이 어느 지점에서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사건을 기회로 우리 전통 문화예술 저작권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김희권 문화예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