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 첫 신호탄 될까?
포스트 코로나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 첫 신호탄 될까?
  • 박경준 전문기자
  • 승인 2020.05.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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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건설노동자에 국민연금·건강보험 전액 지원하기로
▲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 (사진=pixabay)

 

[코리아트리뷴 박경준 기자] 서울시가 건설·일자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8일 ‘건설일자리 혁신’을 선언하며, 20% 초반대에 그치는 건설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 오는 7월1일부터 전국 최초로 노동자 임금에서 공제됐던 사회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 부담분 7.8%를 전액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시장은 발표에서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감염병이 가장 취약한 계층에 가장 먼저, 깊은 타격으로 온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건설일자리는 열악한 고용구조와 노동환경을 가진 대표적 일자리지만, 고용유발 효과가 매우 큰 일자리로 서울시는 앞으로 공공 발주 공사장의 약 8만개 건설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혁신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용안전망을 강화하는 첫 걸음이 되도록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 도입 이유와 필요성 진단

현재 건설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같은 비정규직 내에서도 저조한 20% 초반 대(국민연금 22.2%, 건강보험 20.8%)에 그치고 있다. 50%를 상회하는 전체산업 비정규직 노동자 가입률과 비교해도 절반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한 사업장에서 월 8일 이상 근무하면 사업장 국민연금‧건강보험료 가입대상이 될 수 있지만, 7.8%라는 높은 공제율이 부담스러운 건설노동자들이 보험 가입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정부가 건설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대상을 확대('월 20일 이상 근무한 건설노동자' → '8일 이상 근무한 건설노동자')하기 위해 국민연금법을 개정했으나, 정작 이를 임금삭감으로 체감한 건설노동자가 가입을 회피해 오히려 단기근로가 급증하는(근무일수 7일 이하 노동자 수, '17년 47% → ’19년 70%)역효과가 발생했다. 이는 현재까지 서울시 발주 공사장의 건설노동자 10명 중 7명이 한 공사장에서 7일도 채 발을 붙이지 못하는 '떠돌이 건설노동자'로 전전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건설노동자가 부담했던 이 7.8%의 사회보험료(국민연금 4.5%, 건강보험 3.335%)를 서울시가 전액 지원한다는 것이 오늘 발표의 핵심이다. 공제액을 건설사가 먼저 정산하고 이 부담분을 서울시가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전액 지원한다.

 

(자료=서울시)

 

서울시는 이러한 고용개선지원제도를 도입하면, 건설노동자 개인에게 최대 28%의 임금인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당 14만원의 건설일용노동자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비용부담을 피하기 위해 4개 공사현장을 전전하며 한 달에 16일을 일하고 월 2백24만원을 수령했다면, 앞으로는 한 현장에서만 16일간 근무하며 주휴수당을 받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도 지원받아 실질적인 월 소득을 2백87만원까지 올릴 수 있어 개인별로 최대 28%(63만원)의 임금인상 효과를 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박 시장은 건설노동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해 건설노동자가 유급휴일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주휴수당 지급 대상은 한 사업장에서 주 5일을 연속으로 근무하고 다음 주 근무가 예정돼 있는 건설근로자다. 예를 들어 주중 월~금 5일을 일한 건설노동자에게는 하루치 임금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그동안의 관행적 포괄임금제를 금지하고, 기본금과 각종 수당을 구분하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료=서울시)

 

현재 근로기준법상 주 5일을 연속 근무한 사람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해 유급휴일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건설노동자 일당에 수당이 포함한 것으로 간주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관행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주휴수당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때, 어느 정도를 공사원가에 주휴수당으로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 지 계산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16만5천여 건의 노무비 지급내역을 바탕으로 공사 종류, 규모, 기간별 상시근로 비율을 분석했고, 전국 최초로 '주휴수당 원가계산 기준표'를 만들었다. 여기서 주휴수당은 공사원가에 반영하고 표준근로계약서를 입찰공고, 공사계약조건에 명시하는 방식으로 담보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건설노동자의 장기고용을 늘려 현재 '일당' 형태의 임금 지급을 '주급'으로 전환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 향후 산업계 파급 효과는

이러한 서울시의 행보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취임 3주년 연설을 통해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열겠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이 있는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이와 같은 고용안전망 강화 정책이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비정규 일급 체계 노동자가 있는 산업계 전반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주목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건설산업 분야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건설노동자의 외국인 증가와 고령화로 인한 생산기반 약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낮은 일자리 질로 인식해 현장에서는 수년 간 기능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어온 바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그동안 건설현장에서는 청년층 노동자 진입이 저조해 50대 이상의 건설노동자 비율이 51.8%가 넘고, 20대 비율은 5.7%에 불과했다. 또 전체 건설기능인력 중 21%(32만 명)가 외국인 노동자이며 매년 증가 추세(81%인 26만명은 불법 취업자 추정)에 있으며, 민간 소규모 건축공사장의 경우는 평균 36.8%, 최대 57.1%가 외국인 노동자라는 조사 지표도 나온 바 있다(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 2018). 서울시는 현재 85.3%인 공공현장 내국인 노동자 비율도 9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내국인 노동자 고용을 장려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서울시는 건설산업 현장에서 발주자가 주휴수당, 사회보험료 원가를 반영하고, 사업자는 주휴수당 지급으로 건설노동자의 장기고용을 보장받으며, 건설노동자는 사회보험 수혜와 장기근무 기회를 얻는 선순환 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양질의 일자리로 인식해 건설산업계로 청년층이 유입하면, 건설경쟁력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며, 특히 시가 발주하는 공공 공사장에서 일하는 내국인 일용직 노동자가 가입혜택을 받으면, 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함께 노후 소득보장 강화 효과까지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개선 제도의 안착을 위해 건설노동자가 한 현장에서 오래 근무하는 여건을 유도하고 주급제 개선에 노력한 우수 사업체에 대해서는 고용개선 장려금을 인센티브로 지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원 대상은 주휴수당이나 사회보험료를 적극적으로 지급하고, 내국인 노동자 비율이 90%를 넘는 업체다. 그로 인한 지출증가분 중 일정부분을 장려금으로 지급한다. 지급을 많이 할수록 인센티브도 많이 주는 차등적용을 할 계획이다. 현재 건설노동자의 약 25%만이 주휴수당의 지급대상이 되는 만큼, 업체에 대한 고용개선 장려금이 일용직 노동자들이 한 현장에서 오래 근무하도록 유도하는 주휴수당이나 사회보험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중요 전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시행 절차와 재원 마련은

이번 제도 개선을 위해 서울시는 '서울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개정(제8조의1 조항 신설)하고,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도 개정(건의:고용노동부 - 제7조의6 조항 신설)했다.  

 

한편, 지난해 시와 산하 공기업이 직접 집행한 공사는 총 2,100건으로 약 1조 8,000억 원이 투입됐다. 올해부터 혁신방안이 시행되면, 약 3.6% 공사비 증가(650억)가 예상된다. 서울시는 추가적인 예산투입 없이 낙찰차액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오늘 발표에서 "코로나19 위기로 일자리·사회안전망이 양극화한 현실이 드러났고, 불안정하고 열악한 일자리에 있는 분들은 4대 보험 가입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선 '전 국민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꼭 필요하한데, 건설노동자에 대한 전액 사회보험료 지원도 그 실천 중 하나"하고 말했다. 또 "일당제 '하루벌이 노동자' 중심의 건설일자리를 휴식과 사회안전망을 보장받는 양질의 주급제 중심 일자리로 전환해서 사회보장제도에서 소외된 단기고용이 건설경쟁력을 약화하는 악순환을 끊고, 신규 기능 인력이 유입하는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 선순환의 건설 노동환경의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경준 전문기자 pkj@k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