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남영동서 6·10민주항쟁 기념사.. '대공분실'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
문 대통령, 남영동서 6·10민주항쟁 기념사.. '대공분실'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
  • 박경준 전문기자
  • 승인 2020.06.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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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 '광야에서' 합창...민주주의 발전 공로자에 대통령 훈포장 수여
▲ 문재인 대통령이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코리아트리뷴 박경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6·10민주항쟁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며, 3·1독립운동으로 시작된 민주공화국의 역사,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국민들의 오랜 열망이 만든 승리의 역사"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또 "거리와 광장에서 이분들과 동행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스럽게 기억한다"면서 "6·10민주항쟁은 남영동 국가폭력의 진실을 세상으로 끌어냈으며, 이를 통해 우리 국민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는 국민의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경험과 집단 기억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며 국가는 국민의 삶을 위해 존재하고, 언제나 주권자의 명령에 부응해야 한다"며 "선거로 뽑힌 지도자들이 늘 가슴에 새겨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은 4·19 혁명 60주년과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의 맥을 이어 대통령 직선제를 국민의 힘으로 쟁취한 역사의 의미를 담아 '꽃이 피었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특히 서슬퍼런 국가폭력의 상징이던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을 마친 뒤 오는 2022년 공식 개관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남영역 기차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한때 '남영동 대공분실'로 불리던 악명 높았던 곳이며,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민들이 오가던 이곳에서 불법연행, 고문조작, 인권침해가 벌어졌다"며 "단지 민주화를 염원했다는 이유 하나로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공포와 치욕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죽음같은 고통과 치욕적인 고문을 견뎌낸 민주인사들이 '독재와 폭력'의 공간을 끝내 '민주화 투쟁'의 공간으로 바꿔냈다"면서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될 '남영동 대공분실'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될 것이며, 이 불행한 공간을 민주주의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은 마치 마술같은 위대한 기적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주의가 당연하다고 느낄 때일수록 우리는민주주의에 대해 더 많이 질문해야 한다"며 "우리는 코로나의 힘겨운 상황 속에서 국민들 모두 서로를 배려하는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유일한 나라이고, 우리 민주주의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그간 정부 훈·포장에서 제외됐던 전태일 열사 어머니 故이소선 여사, 故조영래 변호사, 故지학순 주교, 故조비오 신부, 故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등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친수했다. 정부가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에게 훈장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수여 대상은 사상 처음으로 시민사회와 유관단체의 광범위한 추천을 통해 선정했다"면서 故이소선 여사, 故박형규 목사, 故조영래 변호사, 故지학순 주교, 故조비오(철현) 신부, 박종기 故박종철 열사 아버지, 故성유보 기자, 故김진균 교수, 故김찬국 상지대 총장, 故권종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故황인철 변호사, 故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故제임스 시노트 신부, 조지 오글 목사 등을 한 명 한 명 언급하며 감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기념식에 참석했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모두 대통령 없이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는 과거 잘못된 공권력 행사를 반성하는 의미로 현직 경찰청장이 최초로 참석했다. 경찰의장대도 참석해 훈장 추서 의전 등으로 고인에 대한 예우를 다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다시 확산하는 코로나19 여파로 참석자 수를 70여명으로 제한해 간소하게 진행했다.

 

박경준 기자 pkj@k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