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 우리는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까?
[국제노동] 우리는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까?
  • 이광택 한국ILO협회장
  • 승인 2018.07.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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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일할 수 있는 나이는 몇 살까지일까?

한국 사회가 고령화되자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개정(2013. 5. 22.)으로 ‘60세 정년20161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에서 실시됐고, 201711일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 및 국가·지방자치단체로 확대돼 모든 사업장에서 60세 정년 제도가 시행 중이다.

 

‘60세 정년실시 이전의 실태는 취업 규칙상의 평균 정년58세였고, 실제 퇴직나이는 평균 55세였다. 법 개정으로 철도원, 토목원 등 육체노동을 주된 업무로 하는 기능직 공무원의 정년도 58세에서 60세로 늘어났다. 그런데 실은 ‘60 정년이라는 기준이 정해진 것도 시기적으로는 늦은 것이다노동자에게 사고가 발생했을 때 문제가 생긴다. 노동자가 근무 도중 사고를 당하면 보험사는 일실수입의 개념을 빌어 노동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한다.

 

일실수입은 사고가 없었더라면 장래 얻을 수 있었을 소득을 의미한다일실수입은 가동연한 동안 계속 얻게 될 수입에서 생활비를 공제한 장래 소득액에서 중간 이자를 공제하는 방법으로 현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현재의 수입, 그 수입액의 증감에 대한 전망, 전직의 가능성 등 수입원에 관한 사정을 피해자 스스로 입증해야 함은 물론이나 그렇지 않으면, 법관이 각종 임금이나 생계표 통계를 활용해 직종별 평균 수입을 기초로 소득액을 산정하게 된다.

 

그런데 일실수익 산정의 중요한 요소로 일을 할 수 있는 기간, 즉 전원합의체(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는 개인택시 운전자 사망 사건에서 일반적인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상향했는데, 이후 이 입장이 유지되고 있다. 당시는 노령연금 지급 시점이 60세였다그동안 대법원은 1989년 판결 이래 최근까지 동일한 태도를 보여, 공무원, 은행원, 회사원 등과 같이 법령,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에 의해 정년이 정해져 있는 직업군의 경우에는 정년에 이르기까지만 당해 직에 종사할 수 있다고 인정했고, 정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에는 동일 또는 유사 직종의 일반적인 가동기간 종료 시까지 근무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해왔다. 직장인의 경우 정년이 가동연한이 되지만, 정년이 명확하지 않은 육체노동자에 대해 법원은 만 60세를 가동연한으로 인정해왔다.

 

정년의 경우를 살펴보면, 법조계의 경우 2013년 법관의 정년이 만63세에서 만 65세로 연장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의 경우 70, 검찰총장과 특별감찰관은 65, 검사는 63세다. 정무직인 감사원장은 70, 감사위원은 65세다. 기타 임명직 공증인은 75세로 가장 높다. 도선사는 65, 집행관은 61세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장교의 경우 계급에 따라 정년에 차등이 있다. 원수의 경우는 종신이며, 장성은 5863, 영관은 4556, 위관은 43, 준위·원사는 55, 부사관은 4453세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의한 경호공무원 중 5급 이상은 58, 6급 이하는 55세다.

 

경찰공무원 등은 계급정년도 있다. 치안감은 4, 경무관 6, 총경 11, 경정 14년이다. 소방공무원의 경우 소방감 4, 소방준감 6, 소방정 11, 소방령 14년이다. 경호공무원의 경우 24, 37, 412, 516년이다.

 

교원의 경우 이해찬 교육부 장관 재임 시인 199916일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했다. 그러나 대학교수는 여전히 65세다.

 

가동연한을 55세로 본 판례가 형성된 1950년대 평균수명은 남성 51.1, 여성 53.7세였지만 1989년 당시 기대수명은 71.2세였고, 올해에는 82.8세로 대폭 늘어나는 등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당시 대법원 판례는 계속 도전을 받고 있고, ‘60세 정년마저도 전면 시행된 지 1년여에 불과한 시점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그 사이 노령연금 지급 시점이 65(1969년 이후 출생자)로 상향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그동안 직업별로 나이별 근로자 수나 구체적 업무 내용 등을 고려해 가동연한을 따로 인정해왔는데, 그 사례는 다음과 같다:


35: 다방 종업원(대법원 1991), 골프장 캐디(서울고법 2002)

40: 프로야구 투수(대법원 1991), 가수 40(다만 민요풀 가요 가수는 60)

50: 속칭 술집 마담(대법원 1979년 전원합의체)

55: 미용사·사진사·중기 정비업자

57: 공무원에 준하는 처우를 받아온 민간보육시설 보육교사(대법원 2001)

60: 활어 구매 및 운송업자(대법원 1993), 식품소매업자(대법원1993), 보험모집인(대법원 1994), 가스도소매업자(서울고법 2004), 다단계 판매회사 판매원(부산고법 2004), 목공, 형틀목공, 개인택시 운전자용접 및 새시공, TV연기자, 가축 사육 종사자, 피아노 개인교사귀금속 및 금속제품 디자이너, 일반 육체노동자

65: 소설가(대법원 1993), 의사(대법원 1998), 건축사, 약사, 간호학원 강사, 농민

70: 변호사(대법원 1993), 목사(대법원 1997), 승려(서울고법 2007년 판결), 한의사, 법무사


 

그런데 대법원은 1970년에 단 한 번, 65세를 기준으로 본 적이 있었다. 미국인이 피해자였던 사건이다. 미국 연방법에는 “65세 이하의 근로자를 고용조건에서 나이를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고, 당시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65세가 되면 직장에서 은퇴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이었다.

 

1989년 대법원판결 이래 하급심에서는 이 가동연한이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내놓고 있다. 1990. 7. 6.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합의4(재판장 이범주 부장판사)는 시인의 경우 다른 문학작가와 마찬가지로 65세까지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고 했고, 2004. 12. 6.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재판장 황경남 부장판사)는 연예인(탤런트)의 가동연한은 65세라 하였으며, 2004. 12.11. 제주지법 민사3단독(박종국 판사)는 물리치료사의 경우 보험사 측의 가동연한 35세 주장을 배척하고 간호사들의 정년이 55세로 통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가동연한도 만55세로 보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0단독(한창호 부장판사)2005. 9. 26. 가구 제조·판매업자로서 도시 육체노동자의 유족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가동연한을 65세로 봤다. 그동안 법원은 60세에 가깝거나 60세가 넘어 사망한 경우 보험 약관 등을 이유로 23년 정도 가동연한을 더 인정해왔다.

 

당초 이 사건에서도 보험사 측은 사망자에 대해 보험약관에 따라 3년간 일실수입만을 지급하려고 했다. 원고 측은 “65세가 넘어야 국민연금 수급, 지하철 무료승차 등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라 주장했다. 201612월 수원지법 민사5(재판장 이종관 부장판사) 판결은 교통사고를 당한 60세 가사도우미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201544004). 이 항소심 판결은 당시 양쪽 모두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46(재판장 지영난 부장판사)2014. 5. 30. “서울시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등록돼 운행하고 있는 개인택시 사업자 중 60세 이상이 41%이고 70세 이상이 9%를 차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개인택시 운전자의 가동연한을 만68세로 인정했다.

 

나아가 서울중앙지법 민사46(재판장 이수영 부장판사)2017. 6. 29. 택시기사의 가동연한을 73세로 인정해 배상액을 결정했다.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면서 고령 직원의 급여도 기존보다 대폭 인상하고 있다.

 

가파르던 ‘60세 급여 절벽이 완만해지며 ‘65세 정년시대가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기업들은 경험 많은 고령 직원을 붙잡아두면서 이들의 사기도 떨어지지 않게 해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형보험사들도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것을 검토 중이며,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 수송회사는 정년 80세 제도를 도입하기까지 했다. 다만 수송회사 특성상 운전을 해야 하지만, 고령 근로자에 대해서는 운전 대신 영업총무 등의 업무로 전환 배치한다고 한다. 또한 2021년부터 3년마다 1년씩 정년을 늦추는 국가공무원법(国家公務員法) 개정안을 2019년 중의원(衆議院)에 제출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경비원이나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상당수가 60세 이상인 것이 현실이다. 노인복지법기초연금법등에서는 65세 이상의 자를 노인으로 보고 있고 국민연금법상 노령연금 지급 시기도 만 65세로 연장되는 점을 볼 때, 현재 국가는 적극적으로 노인의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시점을 만 65세부터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60세 이상 인구 경제활동 참여율이 65세를 기점으로 급감하는 것을 고려하면 도시 일용근로자의 가동연한을 만65세로 추정하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정년 자체가 연령차별로 위법한 것으로 돼 있고 유럽(EU)의 경우 정년이 연령차별이지만, 안정적 연금수령으로 연결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년을 연령차별의 예외로 규정하기만 하고(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4조의5) 연금수급권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연금 수급기간이 늘어나게 됐고, 재정 안정화를 위해 수급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내용으로 1998년에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20131월부터는 국민연금 급여의 수급연령이 출생연도에 따라 최소 1년에서 5년 상향조정됐다. 정년은 연장됐으나 연급수급 연령도 상향돼 양 제도 간 연계의 부재가 드러났다. 양 제도를 정교하게 연계하는 것이야말로 향후 복지사회를 향한 시급한 과제다.

 

 

[국제노동=vol.234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