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 '소득주도성장', 정교한 정잭조합과 실사구시, 그리고 협치로 풀어야
[국제노동] '소득주도성장', 정교한 정잭조합과 실사구시, 그리고 협치로 풀어야
  •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 승인 2018.10.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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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다시피 한국사회는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절벽, 빈부양극화와 이중구조로 지속가능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패러다임의 변화에 기초한 총체적이고 과감한 혁신이 요구된다. 특히 고용 · 노동 및 노사관계 쟁점이 핵심 현안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통상임금, 비정규직,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노동기본권 보장 등은 모두 노동사회 정책과 산업경제 정책의 정교한 정책조합과 통합적 접근으로만 해결 가능한 매우 어려운 과제들이다.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이러한 문제는 여소야대의 정치상황과 경직적 정치문화 등 정치구조, 소규모 개방경제 (Small Open Economy:SOE)와 격화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재정 · 금융 거시경제 정책수단의 한계, 경제 · 산업구조의 양극화와 이중구조, 가치사슬이 아닌 먹이사슬로서의 약탈적 구조, (원래는 노동자였어야 하지만 자영업자로 존재하는 의미에서) 왜곡 · 위장된 노동시장 현상인 과도한 자영업자의 존재와 그 당연한 귀결로서의 과당경쟁 등은 귤화위지(橋化爲枳) 아닌 실사구시(實事求是)적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부연하자면,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과 성장잠재력 제고가 당면과제 중 하나인 우리 경제에서 케인즈식 경제정책은 효과 면에서 제약이 많다. 케인즈주의 자체의 한계 외에도 정잭 여건인 글로벌 경쟁체제의 격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력, 소규모 개방경제(SOE) 체제인 한국경제 상황 등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케인즈식 금융 · 재정정잭에는 한계가 있다. 설령 금융정책이 효과가 있더라도 한국경제는 전형적인 SOE이기 때문에 과감한 금융정책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총수요 부양정책으로는 경제의 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역전시킬 수 없다. 한국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대외개방도가 높은 반면 대외충격을 릅수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다. 금융정책도 국내외 금리차가 커지면 급격한 자본유출입과 환율급등락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및 경제위기의 가능성으로 제로금리나 양적 완화 등 과감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재정정책도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나, 지나친 재정적자는 국가신용도 하락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 등 역시 한계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론의 이론적 기반은 유효수요창출을 중시하는 케인즈주의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 노동자 소득증가 → 소비증가 → 투자증가 → 성장률 증가의 선순환을 강조하는데, 내수중심 성장론과도 궤를 같이한다. 우리 경제가 수출에만 의존해서는 더이상 성장 발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타당한 방향이다. 경제의 심각한 양극화와 이중구조 속에서 예전처럼 수출로 인한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과 GDP의 7∼8%에 달하는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트럼프의 보호주의 압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우리사회를 저비용 고효율 사회로 구조개혁하는 일이다. 성장이 된다고 해도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는 국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국민이 기본적인 생활을 해나갈 때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비용이 저렴해지면 저성장 사회에서도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주거, 교육, 보육, 의료, 안전, 레저분야다. 사회구조 자제를 적은 비용으로도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상 소득정책이다.


미국은 뉴딜시대인 1930년대 12년 보수정권의 끝물인 후버 대통령 말기, 국민을 잘살게 해줄 거라 믿었던 자수성가 백만장자인 후버 시절에 대공황을 맞는다. 그동안 소득분배는 극도로 악화했고, 전반적으로 반노동적, 보수적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사회는 활력을 잃었다. 기업들은 경기침체에 임금삭감과 해고, 노동통제로 대응했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낙수효과 등 과거의 전통적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변화를 거부했고 정치권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가운데, 과감한 변화와 행동을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한껏 받은 루즈벨트가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상하 양원도 모두 민주당이 석권한 상태였다.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국가가 처한 상황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렸다. 정치 지도자와 국가 시스탬을 믿고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며 취임 석 달 동안 과감하고 창의적인 개혁조치들을 취했다. 국회도 지체없는 입법으로 화답했다. 눈부신 성과에 국민의 분노와 불확실 및 좌절감은 정부에 대한 확고한 지지와 기대로 바뀌었고, 사회분위기는 뭔가 해보려는 활력과 에너지, 그리고 희망으로 넘쳤다. 경제위기 극복의 선순환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과거 보수정권의 대기업 위주 정책과 달리 부자증세, 대기업 규제 및 서민과 노동조합, 중소기업 지원 등을 통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경쟁을 촉진시키고 경제를 밑으로부터 떠받쳤다. 대부분의 정책은 서민(Common People)의 이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것이었다. 과거와 같은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바텀업(Bottom-Up) 방식에 의해 국부를 창출하고, 정부역할의 가능성과 한계를 확장시키려는 공격적이고 새로운 시도였다.

 

루즈멜트의 이 정책은 다름아닌 ‘뉴딜’(New Deal) 정책인데, 이 정책의 기본방향은 경제와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다. 루즈벨트의 정책은 구제, 부흥, 개혁의 세 가지 요소가 모두 포함돼 있다. 루즈벨트의 정책은 오랜 공화당 집권기의 보수적인 정책과 종말을 고하는 것이자,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감원, 임금삭감 등과 이를 가능케 한 노동운동의 퇴조, 보수적인 사회분위기에 의한 유효수요 부족과 소득분배의 극단적 불균형 및 사회적 활력 저하에 의한 악순환이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서 정부의 과감하고 선제적인 재정·금융정책 등 적극적인 시장개입 정책으로 정부의 역할을 확장했다.

 

또 구제와 부흥 및 개혁의 요소를 두루 포함해 가능한 모든 정책조합(Policy Mix)을 동원했다. 공공부문에 의한 직접적 일자리 창출 또한 미래의 경제와 국가발전과 연계된 것이었다. 그 외 노사협조를 이끌어 냈으며, 임금인상과 이를 현실화시키는 노동운동 활성화에도 성공했다. 민주당이 석권한 상-하 양원 등 국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으며, 초기 100일간의 과감한 조치들을 통해 변화와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 냈다. 우리와 많이 유사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통해 경제와 고용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통해 경제와 고용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청와대


일자리 관련 정부 정책은, 국내외 경제 상황이 과거 60년대부터 고수하던 불균형 고도성장 전략에 의한 선성장·후분배 및 낙수효과는 이제 그 약발이 다 됐다는 현실 인식이 있었다. 아울러 일자리 정책이 정부 정책의 최대 과제이자 복지의 핵심이며, 복지 지출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그렇지만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경제체질 개선 및 경제구조 개혁에 관한 구체적 정책 대안이 미흡하다는 다수의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성장 동력을 유지해 나가면서 경제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을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일자리 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또 불안정하면서 우호적이지 않은 수출환경이지만 내수를 진작시격야 한다는 점과 다당제의 여소야대 정치 상황도 고려한 것일 수 있다.


달리 보면, 한국경제 사회가 처한 시급한 극복 과제는 1987년 체제의 극복이었다. 1987년 체제의 질곡은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에서 양극화와 이중구조로 나타난다. 양극화와 이중구조는 생산물 시장과 노사정 경제주체 간 역학관계의 반영인데, 구체적으로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와 중소기업의 취약성, 기업별 노동조합 조직 체계의 고립분산성과 경제조합주의, 취약한 사회안전망이 상호작용한 결과다.

 

이는 시장권력과 정치권력에 있어서 각종 이해를 대변하는 체계의 확립과 이를 반영한 정치구조가 미비된 결과로 힘의 균형에 의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원인이 있다. 정치권력,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노와 사, 공급자와 소비자 등 각각의 부문에 있어서 힘의 불균형에 의한 일방주의와 탑다운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노사관계를 형성하는 정부 정책, 제도와 의식 및 관행에서는 집단 자치보다는 온정적이고 시혜적인 정책을, 집단적 노사관계에서는 노동기본권 보장·확대보다 통제를, 근로기준에서는 시대변화와 경제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못한 본질적인 문제로 결국 공장법의 현실 부적합성으로 나타난다. '불합리한 임금체계와 과도한 임금·복지 격차', '세계 최장시간 노동'과 '오남용 및 과용으로 과다한 비정규직 문제' 등 총제적으로 질 낮은 일자리와 취약한 사회안전망이 바로 그러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한 결과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노동기본권 보장과 사회안전망을 연계하고, 집단적 자치와 자율, 사회적 대화와 상생 협력의 그랜드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그에 관한 정교한 내용이 없다. 동형화한 제도, 제도의 경로 의존성, 그리고 제도와 의식, 관행 간 상호관련성 등을 고려하면, 경제·산업·노동정책, 노동시장·노사관계·노동기본권·사회안전망, 노동기준과 산업자치의 균형을 종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는 일자리와 관련해 국제적 표준에 부합하는 노동기본권 보장의 시급성, 잔업 및 특근 등의 규제와 교대제 개편에 의한 일자리 나누기 등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더불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유연하고 다양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의미한다. 그 방향은 국제표준의 존중과 유연안정성이 될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각종 노동현안들로 인해 각 경제주체는 물론, 여야의 치열한 정파적 논쟁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한 해법은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자체가 위기다. 정부 정책의 효과는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의 승리로 귀결되며, 모든 경제주체는 손실 회피 편향을 가지고 있다. 이를 고려해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다소 늦긴했지만 대통령이 제시한 협치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 출발점은 현재 우리 상황에 대한 솔직한 공유다. 아울러 지향점은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 속에서, 노사정 및 여야 정치권의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 아래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을 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안이 없어 보인다. 그 내용은 오래 같이 살기 위해, 즉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능력과 권한에 맞게 서로 양보하고 부담하는 것이 될 것이다.

 

[국제노동=vol.235 2018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