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석의 세무공감] 매년 반복되는 유리지갑 직장인의 애환, 언제까지?
[조무석의 세무공감] 매년 반복되는 유리지갑 직장인의 애환, 언제까지?
  • 조무석 세무사
  • 승인 2019.01.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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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연말정산의 달, 조세정책과 세금이야기

 

[코리아트리뷴] 매년 초, 직장인들에게 연말정산은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흔히 '13월의 보너스'로 부르는 연말정산을 통해 우리 중 누군가는 돈을 돌려받고, 누군가는 오히려 돈을 더 내기도 한다. 만약 주변의 누구는 얼마를 돌려받는다는데, 나는 오히려 추가로 돈을 더 내야 한다면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월급에 만족할 수 없는 직장인의 애환을 잘 보여주는 '13월의 보너스', 연말정산에 관해 살펴보자.

 

우선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항목이지만, 실상은 아니다. 보통 많이쓸수록 공제를 많이 해준다고 알고 있으나 애초 법령이 신설된 이유를 살펴보면,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예전에는 현금 매출 비중이 높은 데 반해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해서 업체들의 매출을 전산으로 파악하겠다는 정책적인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현금사용보다 카드사용이 더 많을만큼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적어도 카드 매출에 한해서는 세금 탈루가 어렵다.

 

비유하자면, 직장인이 자신의 소득과 지출을 유리지갑처럼 보여주면서 국세청의 업무를 도와준 셈인데, 그 대가 치고는 소득공제 혜택이 크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총급여액이 높아질수록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더욱 받기 어렵다는 허점이 있다. 이런 경우 연말정산은 사실상 허울뿐인 제도다.

 

국세청은 카드사용 권장이라는 입법 취지를 이미 달성했으므로 일시적으로 만들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관련 조세특례제한법을 폐지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나마 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마저 사라지면, 직장인들의 안 그래도 투명한 유리지갑이 툭하고 건드리면 깨져버리는 얼음지갑이 될 지경이라 반발을 우려해 법률을 계속 연장하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비슷한 법률을 하나 더 꼽자면, '월세세액공제'가 있다. 월세 사는 직장인들에겐 연말정산의 효자 종목이다. 총급여액 7천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로서 무주택 세대주인 경우 월세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월세 62만 5천원까지 적용 가능하고 지출금액의 10%를 종합소득 산출세액에서 공제한다. 

 

월세살이를 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제도인데, 한편으로는 늘어난 임대사업자의 소득 파악을 위해 월세 사는 직장인을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작 내 집은 없는데, 임대주택에 살면서 월세세액공제라도 받으며 위안 삼아야 한다는 것에서 월세살이 해야 하는 수많은 직장인의 애환이 느껴지는 제도다. 그나마 이러한 법도 언젠가 임대사업자의 소득구조가 전산에 입력되는 순간, 월세세액공제 혜택이 축소되거나 결국 사라질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세금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과연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 반대가 거센 이유도 그만큼 국회의원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많은 국민의 판단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국회의원을 늘리는 일도 물론 우리의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최근 정부의 세입 증가율이 상승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현장에서는 경제 상황이 많이 나쁘다거나 역대 최악이라는 여론마저 있는 가운데, 이와는 별개로 국세수입의 증가율은 매우 크다. 국민은 먹고살기 힘든데, 정부의 곳간은 점점 더 늘어간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직장인에게 와 닿는 조세 혜택 정책은 없는데, 국가의 세금 수입만 계속 증가한다면 단연 불만이 차오를 수밖에 없다.

 

몇 해 전, 직장인이 원천징수율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신설됐다. 급여를 지급할 때 원천징수율 80%, 100%, 120% 중에서 선택해 연말정산을 준비하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조삼모사격 조세정책에 왠지 모를 조롱의 감정마저 느껴진다.

 

예를 들어 원천징수율 100%를 선택하고 연말정산을 한 직장인 A가 환급을 받지 못하고 세금을 더 냈다고 가정해보자. A가 다음 해에 120%를 선택하는 경우라면, 원천징수 금액이 증가하므로 연말정산을 할 때 환급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그만큼 매월 급여가 줄어드는 것이다.

 

'올해 원천징수율을 올려 급여를 적게 받는 대신, 다음 해 연말정산 때 조금 더 돌려받는 것'과 '원천징수율을 낮춰 급여를 조금 더 받고, 그 대신 다음해 연말정산 때 세금을 조금 더 추가로 내는 것'이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이는 연말정산 시즌에 환급을 못 받는 직장인들을 달래고자 급조한 조삼모사격 조세정책에 불과하다. 기존 연말정산 정책의 수정이 어렵고 납부할 세금 총액을 조절하기 어려우니, 다만 올해냐 내년이냐로 언제 고통받을지 선택할 권리라도 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신설한 제도가 이처럼 자세한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수많은 직장인을 마치 조롱하는 듯 보인다면 비약일까?

 

정부의 조세법이 직장인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다면, 수입과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까지 국세청이 해야 할 업무를 사실상 돕고 있는 많은 직장인에게 너무한 처사다. 이런 데도 직장인에게 정부의 조세 정책에 대한 성실한 조세협력의무를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다수가 공감하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조세 법률은 유토피아에나 존재하는 것일까. 최소한 연말정산 시즌만큼은 직장인이 '13월의 보너스'를 기대할 수 있도록 더욱 공감가는 조세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조무석 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