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석의 세무공감] 기한 3년 연장한 근로소득자의 희망, '신용카드 소득공제'
[조무석의 세무공감] 기한 3년 연장한 근로소득자의 희망, '신용카드 소득공제'
  • 조무석 세무사
  • 승인 2019.03.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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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지속한 '한시적' 조세특례제한법
▲ 지난 3월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서울 코엑스 콘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기획재정부)
▲ 지난 3월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서울 코엑스 콘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기획재정부)

 

지난 3월 4일,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관련된 논란이 시작됐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처럼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고,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극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조세특례제한법 제126조의 2에 규정돼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과세양성화를 목표로 지난 1999년에 최초로 적용됐는데, 3년 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 끝에 장장 20년 간 유지돼 왔다.

 

문제는 20년간 장기 적용하다보니 직장인들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조세특례가 아닌 소득세법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세특례는 본래의 정책 목적을 달성하고 사라졌어야 할 제도인데,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과세양성화라는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고도 사라질 수 없는 애물단지 같은 존재가 됐다.

 

국민으로서 소득이 있다면, 적은 액수의 금액이라도 세금으로 내야한다는 것이 '국민개세주의 원칙'이다. 예를 들어 종교인 과세 문제를 보자. 종교인소득에 과세를 찬성하는 측은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따라 국민으로서 납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종교인에게 소득세를 과세할 때 발생하는 조세행정비용이나 근로장려금 지출 금액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근로소득자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음으로 인해 원천징수 금액 전액을 환급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일부 근로소득자가 결과적으로 세금을 전혀 부담하지 않게 되는데, 이는 종교인 과세 문제와 비교할 때 이중적인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홍 경제부총리의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극 정비"하겠다는 말에서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찾아볼 수 있다. 다만 불과 얼마 전까지 정부가 고수했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지난해 11월, 정부와 야당 의원들 간에 근로소득 면세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소득이 있는데도 각종 공제 혜택을 통해 세금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 근로소득자에 대한 논의였다. 기획재정부는 소득세 면세자가 자연스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제도를 바꾸면서까지 면세자를 강제로 축소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대로 야당은 근로소득 최저한세를 도입해 '국민개세주의' 적용을 당장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부는 최소한의 근로소득세라도 반드시 내도록 하는 세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몇 달 뒤, 홍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통해 정반대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콕 집어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다. 즉각 시중에선 짧은 기간에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정반대로 오락가락 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그만큼 정부 정책을 예측하고 따르기 쉽지 않다는 불만도 나왔다. 일몰기한이 다 된 정책을 두고 여러 의견과 비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와 같은 경제 수장의 발언은 조금 성급한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극 정비해 국민개세주의 원칙을 실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해당 법을 적용받는 이들에게 충분한 시간과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줄 수는 없을까. 지난 3월 4일의 경제부총리 발언 이후, 열흘 간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에 관한 논의는 숨 가쁘게 진행됐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관련 당정청 협의회는 3월 13일에 결과 브리핑을 통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일몰 기한이 3년 연장됐다고 발표했다.

 

근로소득자의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사실상 한시적인 법률이 아니다. 20년 동안이나 적용해 온 제도를 한시적인 법률로 보기 어렵다. 근로소득자라면 누구나 계속되길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제도를 종료한다면, 사실상의 증세 정책으로 볼 수 있을까? 유리지갑인 근로소득자는 이제 연말정산에 더해 세법 개정안에도 마음을 졸이며 항상 신경을 써야 할 처지다. 세금 앞에 근로소득자는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조무석 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