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최저임금 결정기구 2원화'로 '최저임금 문제' 개선할 수 있을까?
[특별기고] '최저임금 결정기구 2원화'로 '최저임금 문제' 개선할 수 있을까?
  • 이광택 한국ILO협회장
  • 승인 2019.02.0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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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트리뷴] 최저임금 관련 정책이 시계추처럼 좌우로 춤추고 있다. 현 정부는 애초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대선 공약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국정목표에 충실하고자 지난 2018년에 역대 최고 인상률인 16.5%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그러나 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에는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수반해야 했다. 보완책으로 시작한 영세 및 중소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는 신용카드 종사자들의 반발을 샀다.

 

또 지난 2018년 5월, 국회는 올해부터 적용할 2019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에 앞서 사용자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법개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2019년 1월 1일부터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 복리후생비의 일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됐다. 당연히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정부와 여당은 노동자 측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자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시간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산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지난 2018년 12월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 시행령 적용 역시 올해 1월부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7일, 갑자기 고용노동부가 "우리 사회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이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결정될 수 있도록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 초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의 최초 제시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했는데, 항상 노·사 최초 제시안을 보면 '0%(동결) 대 79.2% 인상' 등으로 격차가 너무 커 본격적인 논의에 이르기까지 소모적인 논쟁만 반복했다. 실제로 이제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한 32차례 중 표결 없이 노·사·공 합의로 결정된 경우는 단지 7회에 불과했고, 표결한 25회 중 노·사 모두 참석한 경우도 8회에 불과했다. 이 초안은 이러한 점을 전제로 문제해결을 위해 현행 노·사·공 각 9인씩 27인으로 구성한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2원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 고용노동부가 2월에 실시한 최저임금 관련 설문조사
▲ 고용노동부가 2월에 실시한 최저임금 관련 설문조사

 

여기서 '구간설정위원회'는 노·사 단체가 직접 추천하거나 노·사 단체의 의견을 들어 전문가 9명으로 구성하며, 새롭게 추가·보완할 결정기준을 토대로 연중 상시적으로 통계분석, 현장 모니터링 등을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설정한다. 또 '결정위원회'는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의결한 상·하한 구간 범위에서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하는데,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와 동일하게 노·사·공 3자 동수로 구성하고 전체 숫자는 15명 또는 21명으로 줄인다.

 

초안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공익위원 추천권을 전부 가지고 있어 논란을 야기했던 부분을 개선하고자 국회가 일정규모의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과 노·사 단체에게 추천권과 순차배제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으로 구성했던 결정 기준도 근로자의 생활보장 측면에서는 근로자 생계비, 소득분배율, 임금수준,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고려하고, 고용·경제 상황 측면에서는 노동생산성, 고용수준, 기업의 지불능력, 경제성장률을 포함한 경제 상황 등을 포함하도록 변경한다.

 

다만 이번 초안을 살펴보면, 최저임금위원회의 2원화는 공익위원으로 구성한 구간설정위원회가 먼저 최저임금의 상·하한 구간을 설정하도록 하는데 그 방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최저임금결정 과정에서 노·사 당사자보다도 공익위원이 더욱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는데도 공익위원의 역할을 더욱 크게 기대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는 노사협의를 필요로 하는 일에 노·사 당사자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는 매우 기본적인 원칙마저 거스르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지난 2001년에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의 최저임금결정협약(C131-Minimum Wage Fixing Convention, 1970)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주의'를 관철한다. 또 최저임금 결정기구의 설치, 운영, 개편과 관련해서도 관계 노·사의 대표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이에 따르면, 최저임금 결정기구의 운영에 있어서도 관계 노·사 단체의 대표가 동등한 수준에서 협의해야 하며, 당사국의 일반적 이익을 대표하는 자격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관계 노·사의 대표단체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임명한 자들이 협의에 직접 참가하기 위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공 각 9명의 위원들을 최저임금법시행령 제12조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위촉하고 있다. 이는 공익위원을 선정·임명하는데 있어 사용자 단체, 근로자 단체와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ILO협약 제131호(최저임금협약) 제4조 제3항 (b)에 배치된다. 또 최저임금 심의기구를 설치·운영함에 있어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와의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같은 협약 제4조 제2항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공익위원 단독추천권을 포기하고 국회가 일정규모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과 노·사 단체에게 추천권과 순차배제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 여러가지 대안적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밝혔지만, 그보다 더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국회가 추천권을 행사하는 방안은 정부의 책임도 마찬가지로 국회와 나눠 갖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개혁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이다. 만약 최저임금의 결정에 국회가 참여하면 본격적으로 정치판이 돼 노동 현장의 혼란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ILO협약 정신에 비춰 노사 당사자의 역할이 중심이 되는 개혁이 돼야 한다.

 

한편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고려할 요소로 'ILO협약 제3조'는 (a)당사국의 일반적 임금수준, 생계비, 사회보장 급여, 다른 계층의 비교생활수준 등을 고려한 근로자와 그 가족의 필요, 그리고 (b)경제개발의 요구, 생산성 수준 및 높은 고용수준의 확보·유지의 바람을 포함한 경제적 요인을 들고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기업의 지불능력' 요인이 들어있지 않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지난 2015년부터 시행중인 독일의 최저임금제에는 공익위원이 아예 없다. 노·사 각 3인의 위원이 결정하는 구조다. 노사가 합의해 추천한 위원장을 연방정부가 5년 임기로 임명한다. 만약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각자가 추천한 2인을 임명해 임기를 각 2년씩 맡도록 한다. 첫 위원장은 추첨으로 정한다.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위원장이 조정안을 제시하고, 조정도 성립되지 않으면 결정권을 행사한다. 노·사 각 1인의 학자를 위촉하지만, 이들은 독립적으로 연구하고 발언권은 있으나 투표권은 없다. 이처럼 독일의 '당사자 주의'에 충실한 최저임금법은 그 역사는 짧지만, 지금까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우리도 참고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광택 한국ILO협회장 · 국민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