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 '주 52시간 근무제'?, 지금까지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는 신기루였나?
[국제노동] '주 52시간 근무제'?, 지금까지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는 신기루였나?
  • 이광택 한국ILO협회장
  • 승인 2018.10.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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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 이른바 '주 52시간법'이 통과됐다. 그런데 좀 의아하다. 주당 40시간 근무하던 사람들더러 이제부터는 주당 52시간까지 근무하라는 것인가?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대부분의 언론이 "근로시간은 기존의 '주당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다"며 "종업원이 300인 이상인 기업 및 공공기관은 7월부터고,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적용한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고용노동부조차 홈페이지 첫 화면에 '주52시간!! 노동시간단축, 이렇게 지원합니다!'는 배너를 걸었다. 그렇다면 당장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지난 7월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개정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주 40시간 한도를 기본으로 한 기존의 근로기준법에 "'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제2조 7호 신설)"고 새삼스럽게 명시했다. 이를 통해 연장근로를 포함한 1주 상한이 52시간임을 확인하고, 노동시간 특례업종 및 제외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축소하며(제59조 제1항),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민간에도 적용하도록(제55조 제2항, 시행령 제30조 제2항) 개정한 것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주 52시간'인가? 우리에게 익숙한 숫자는 '주 48시간'과 '주 40시간'인데, 언제부터 '주 52시간'으로 늘어난 것일까? 심지어 '주 68시간'이라는 말은 또 뭐란 말인가?


우리나라는 지난 1953년 5월 10일에 근로기준법을 제정·공포하면서 '기준근로시간’을 ‘주 48시간, 일 8시간’으로 정했다. 즉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단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1주일에 60시간을 한도로 근로할 수 있다(제 42조 제 1 항)"고 했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제1호 협약인 「공업부문 사업장에서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제한하는 협약 (1919년)음 고려한 것이며, 제47호 협약인 「근로시간의 1주 40시간 단축에 관한 협약」(1935년)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여기에서 이른바 ‘법정근로시간’이란 말이 문제 된다. 이 용어는 법전에 없는 용어인데도 널리 쓰여왔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은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그리고 제2항은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40시간과 8시간은 각각 주(週)상한근로시간과 일(日)상한근로시간, 즉 ‘상한근로시간’이라 해야 맞다. ‘법정근로시간’이라 하면, 마치 이 시간을 반드시 채원야 하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다만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때 제42조 제1항이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단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1주일에 60시간을 한도로 근로할 수 있다”고 해 ‘기준근로시간’이라 했다.

그러다가 민주화 과정 중 1987년 11월 28일에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을 최과할 수 없다. 다만,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해 1주일에 12시간한도로 연장근로할 수 있다”고 개정했으므로 이때부터를 '상한근로시간'이 확립된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노동부마저 2000년 9월 19일 행정해석에서 ‘법정기준근로시간’이라고 했다.

 

주 상한근로시간의 변화
▲ 주당 상한근로시간의 변화                                            ⓒ코리아트리뷴


상한근로시간의 단축은 민주화 과정에서 최초로 형성된 여소야대의 13대 국회의 전반기 인 1989년 3월 29일의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이뤄졌다. 이때 주 44시간으로의 근로시간 단축은 3단계에 걸쳐 시행됐다. 먼저 1단계로 모든 사업장에 대해 즉시 주 48시간에서 주 46시간으로 단축했으며, 2단계로 1990년 10월 1일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금융보험업에 주 44시간 근로를 적용했고, 마지막 3단계로 1991년 10월 1일, 모든 사업장에 주 44시간 근로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만,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해 1주일에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할 수 있다’는 단서가 따라다녔다. 한국은 지난 1991년 12월 9일에 ILO에 가입했는데, 이때는 주 44시간을 전면 적용하는 국가로 제1호 협약(주 48시간)과 제47호 협약(주 40시간)이 정하는 규범의 중간에 위치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다가 1996년 12월 31일, 제 42조(근로시간)는 “①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4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로 분리했고, 제42조의 4(연장근로의 제한)가 신설돼 “① 당사자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42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로 분리했다.

 

이후 1997년 3월 13일 근로기준법 (제정)시에 제42조(근로시간)는 제49조가 되고, 제42조의 4 연장근로의 제한)는 제52조가 됐다. 2003년 9월 15일 제49조(근로시간) 제1항은 다시 개정돼 “①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해 이른바 ‘주5일 근무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부칙에 의해 이 법의 시행일을 기업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다음과 같이 했다:

1. 금융 · 보험업,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정부투자기관, 지방공기업법 제49조 및 동법 제76조의 규정에 의한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정부투자기관이 자본금의 2분의 1 이상을 출자하거나 기본재산의 2분의 1 이상을 출연한 기관 · 단체와 그 기관 • 단체가 자본금의 2분의 1 이상을 출자하거나 기본재산의 2분의 1 이상을 출연한 기관 • 단체 및 상시 1,00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2004년 7월 1 일

2. 상시 300인 이상 1,000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2005년 7월 1 일

3. 상시 100인 이상 300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2006년 7월 1 일

4. 상시 50인 이상 100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2007년 7월 1 일

5. 상시 20인 이상 50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2008년 7월 1 일

6. 상시 20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2011 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기간 이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날(‘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에 있어서는 2005년 7월 1 일 〈대통령령 제 18805호, 2005.4.27.>)(‘상시 2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2011 년 7월 1 일 〈대통령령 제 18158호, 개정 2010.12.29.>)

 

그러니까 기업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2004년 7월 1일에서 2011년 7월 1일 사이에 7년에 걸쳐 주 40시간제가 시행돼 사실상 주 5일 근무제가 일상화됐다.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11월,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는 방식으로 주 40시간 근로원칙을 승인하는 제47호 ILO협약(1935년)에 비준까지 했다.


물론 주 5일근무제는 법적개념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주휴일로 제55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유급휴일을 토요일 또는 일요일 중 어느 날 하루로 할 것인지, 아니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모두 보장할 것인지. 이 중 하루는 유급으로 하고 나머지 하루는 무급으로 할 것인지는 사용자에게 달려 있다. 주 40시간을 8시간×5일로 하는 경우에 주 5일근무가 되지만, 40시간을 6일로 나눠 예컨대 7+7+7+7+6+6=40시간으로 운영해도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주 40시간 근로제가 전 사업장에서 실시된 지 7년이 되는 시점인 지금 2018년에, 느닷없이 ‘주 52시간’으로 ‘단축’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1989년 ‘주 48시간’으로부터 2011 년 ‘주 40시간’으로의 22년간 공들였던 근로시간 단축 과정은 그저 신기루였나? 또 ‘주 68시간’이라는 유령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가?


살펴보니 ‘주 68시간’은 노동부의 지난 2000년 9월 19일자 행정해석에서 비롯했다. 즉 “(당시)근로기준법 제 52조 제1항 ‘당사자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49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 제한하고 있는 '주당 12시간의 휴일근로시간'도 포함하논지 여부”에 대한 질의에 관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49조(당시)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의 연장근로시간에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아니한다(회시번호: 근기682855, 회시일자: 2000-09-19)"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나마 주 근로시간이 40시간으로 단축된 이후에도 연장근로시간을 ‘40시간(근기법)+12시간(연장, 주 5일근무인 경우 5일간 12시간)+16시간(휴일 8시간씩 이틀)=68시간!’ 또는 ‘40시간(근기법)+12시간(연장, 주 6일근무인 경우 6일간 12시간)+8시간(휴일 8시간)=60시간!’으로 해석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는 연장근로(제53조 · 제59조 및 제69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연장된 시간의 근로)와 야간근로(하오 10시부터 상오 6시까지 사이의 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고 한 제56조(연장 • 야간 및 휴일근로)에 따른 가산임금의 계산에도 영향을 줬다. 주 40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에 대해 노동계는 50+50=100%의 가산임금, 즉 중복할증 임금을 요구한 반면, 경영계와 정부는 50%의 가산임금만 인정한 것이다. “1 Week=5(6) Working days"로 보는 기상전외의 해석이 그간 노동세계의 규범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주 68시간’은 제도로서 존재한 적이 없다. 오로지 노동부의 행정해석이었을 뿐이다. 입법부는 1989년 이래 주 48시간으로부터 1991년까지 주44시간으로 단축했고, 2004년부터 2011 년 사이에 주 40시간으로 단축했음을 성과로 내세웠으나, 노동행정관청은 2000년 질의회신 하나로 주 68시간까지 가능하도록 오히려 노동시간을 연장한 것이다.

 

▲ 지난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관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 지난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관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이번 법 개정의 타겟은 잘못된 행정해석의 폐기에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만약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지금까지의 행정해석을 추인한 모양이 됐다.

 

즉, 1주를 “휴일을 포함한 7일”로 정의하고(제2조 제1항 7호 신설), 이 규정을 300인 이상 및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의 경우는 2018년 7월 1일,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21개 업종 중 300인 이상의 경우는 2019년 7월 l 일, 50~300인 미만의 경우는 2020년 1월 1 일, 5∼50인 미만의 경우는 2021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것이다.

 

휴일근로의 충복할증 요구에 대해서는 8시간 이내의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을 가산해 지급하고, 8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100을 가산하여 지급(제56조 제2항 신설)"하는 것으로 절충했다. 노동계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유급공휴일 제도를 민간 사업장에도 적용하도록 기업규모별로 3단계로 나눠 2년(2020년 1월 1일 ∼ 2022년 1월 1일)에 걸쳐 시행시기를 정했다(제55조 제2항 및 부직 제2조 제4항).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02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7개국 중 멕시코(2,257시간)와 코스타리카(2,179시간)에 이어 세 번째로 노동시간이 길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1,759시간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OECD 평균보다 월등히 길다. 지난해도 한국의 노동자들은 OECD 평균보다 265시간 더 일한 셈이다.


그나마 연간 2,069시간으로 OECD에서 멕시코(2,255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길었던 2016년에 비해 한 단계 내려갔고, 2,27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첫 번째였던 2015년에 비해 두 단계 내린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수석 · 보좌관회의에서 “최근 한국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의 하나가 '과로사회'”라며 “세계적으로 고용률이 70%를 넘는 국가 중 연간 노동시간이 1,800시간을 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를 포함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 있는 결단과 실천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 2,024시간을 볼 때, 연간 노동시간 1,800시간을 향한 항해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국제노동 vol.235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