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금이 웹툰의 미래 세대 육성할 적기", 진진코믹스 김용순 대표 ①
[인터뷰] "지금이 웹툰의 미래 세대 육성할 적기", 진진코믹스 김용순 대표 ①
  • 박경준 기자
  • 승인 2018.10.15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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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야말로 미래 먹거리 분야다"

   

▲ 웹툰 원작의 '신과 함께'는 영화화 돼 단 시간에 천만 관객을 모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네이버웹툰, 영화 포스터

 

[코리아트리뷴=박경준 기자] 지난해 12월에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은 개봉 16일 만에 천만 돌파 영화가 됐다. 씨지브이(CGV) 리서치센터가 관람객 300여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10대 이하 관객 비율이 4.6%로 같은 기간 평균(3.4%)을 훨씬 웃돌았고, 가족 관객 단위로 분류되는 3인 이상 관람객 비율도 32.2%에 달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영화 ‘강철비’도 매우 흥행한 한국 영화로 꼽힌다.

 

요즘 극장가의 이런 풍경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점이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의 경우, 지난 2010년 첫 연재 이후 1억 뷰를 돌파하며 단행본만 무려 45만권이 팔려나간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영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원작인 웹툰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은 1차적 성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서, 연극, 뮤지컬, 영화에 이르기까지 2차, 3차 콘텐츠화하며 그 영역을 크게 확장해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 2014년 김태호 웹툰작가 원작 '미생'은 TV 드라마로 만들어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에 힘입어 그해 말, 웹툰 미생을 책으로 출간한 출판물은 누적판매부수 200만을 돌파해 2014년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책이 되기도 했다. 잘 만들어진 웹툰 하나가 TV 드라마와 영화로, 광고로, 다시 웹툰 출판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낸 것.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웹툰의 강력한 문화 콘텐츠성을 잘 보여준 좋은 사례로 평가한다. 다만 몇 개의 플랫폼만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웹툰 산업 발전 구조는 아쉬움으로 지적한다. 소수의 대기업 플랫폼 중심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방식과 여러 기업 진출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최근 정부와 관련 업계도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로 웹툰 콘텐츠를 수출해 전 세계 시장으로 산업 영역을 확장하고자 노력중이다.

 

이런 가운데 신규 웹툰 작가들을 발굴해 키워내고, 국내 문화 콘텐츠는 물론 해외 진출로까지 연계를 목표로 웹툰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기업이 있다. 웹툰 작가들을 전문적으로 매니지먼트한다는 새로운 방식이다. <코리아트리뷴>이 ‘진진코믹스’의 김용순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 김용순 진진코믹스 대표                                             ⓒ코리아트리뷴

 


Q 어떻게 웹툰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됐나?


A 개인적으로 80년대 중후반에 만화가 문하생 생활을 해 본 경험이 있다. 당시는 출판만화 부흥 태동기였다. ‘어깨동무’ 같은 만화책·잡지 등이 막 시작했던 시기였고, 이현세 작가가 인기 작가로 부상하면서 가난한 만화가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열광하던 시절이었다.

 

방송을 전공한 나는 그 당시 방송작가로 연수를 받고 있었지만, 만화가 너무 좋아 스토리 작가를 하고 싶어 문하생으로 들어가 두 가지 일을 병행했다. 몸은 힘들고 바빴지만 행복했다. 또 학교 선배가 ‘아이큐점프’라는 만화잡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기도 했다. 이런 저런 계기로 만화계에서 3년 정도 일하다가 일본 만화를 한국어로 각색하는 작업을 했다.

 

그즈음에는 일본 만화를 들여와 각색해서 돌려보곤 하던 시절이었는데, 사실 드러내고 할 수 있는 합법적인 것은 아니었다. 많은 수요자에 비해 만화의 공급이 부족했던 시대였다. 이후 추천을 받아 잡지사 연예부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만화계에서 멀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남아 만화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아직도 강렬한 것 같다. 어찌보면 20대 초반의 첫 직업으로 만화가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예전 만화 시절부터 오늘날 웹툰까지 애니메이션 분야와는 개인적으로 연관이 깊다고 생각한다. 사업으로까지 이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매우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분야다.

 


Q 웹툰 분야가 요즘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가 많아서 경쟁이 심할 것으로 보는데


A 사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소설,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워낙 성공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까닭에 많은 투자자들이 웹툰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안다. 다만 기본적으로 그 분야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결국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웹툰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왜 정부까지 나서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웹툰’이 전 세계적인 추세로 점차 확산하고 있지만, 사실 ‘웹툰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탄생한 새로운 애니메이션 방식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드라마, K-POP에 이어 새롭게 애니메이션 한류로 웹툰 산업을 전 세계에 전파·수출하고자 노력한다. 사업 준비를 시작하면서 든 생각이지만, ‘웹툰’처럼 새롭게 등장한 개념과 산업은 우리 한류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하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

 

▲ 한국만화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와 드라마·영화화 된 웹툰 '미생' ⓒ코리아트리뷴

 


Q 이처럼 '웹툰 한류'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관심이 뜨거운 이유가 특별히 있다고 보는지?


A 그것은 웹툰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만화’가 유행하던 시절은 일본의 ‘망가’ 체계를 들여온 시기로 애니메이션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국내에서도 이현세 작가님처럼 유명한 1세대 작가가 탄생하는 시기였다고 본다.

 

사실 ‘웹툰(Webtoon)’이라는 말은 ‘웹(web)’과 만화를 뜻하는 ‘카툰(cartoon)’의 합성어다. 내가 알고 있기로 한국만화는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 한국만화의 역사에서도 이 ‘웹툰’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오랫동안 유럽의 ‘카툰’과 미국의 ‘히어로 코믹’, 일본의 ‘망가’ 등 소위 빅3체제가 세계 만화시장을 주도해오던 상황에서 우리 한국 만화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정보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강력한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문화를 바탕으로 한 한국만화는 드디어 ‘웹툰’이라는 독자적인 만화 형식을 완성했다. 일본에 '망가'가 있고 미국에는 '코믹스'가, 유럽은 '카툰'이 있다면, 이제 대한민국에는 '웹툰'이 있는거다.

 

주변에 물어보면, 아직도 '웹툰'이 우리 한국이 만들어낸 개념이라는 것을 모르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망가', '카툰', '코믹스'보다 21세기 모바일 시대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다양한 기기에 최적화된 형태로 스크롤 해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방식의 '웹툰'이 가장 적합하다. 그래서 웹툰 한류는 어떤 분야보다 강력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그런 점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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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준 기자 pkj@k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