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블록체인 기술’ 시대에서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
[기자수첩] ‘블록체인 기술’ 시대에서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
  • 박진혁 기자
  • 승인 2018.06.21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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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트리뷴=박진혁 기자]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노동 분야에서 그렇다. 온라인으로 항상 연결된 까닭에 보안이 강화되고 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그로 인해 너무 길어진 근로시간을 걱정한다. 블록체인 기술과 인공지능(AI) 로봇으로 인간의 노동력과 내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지만, 소위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저녁이 있는 삶' 등으로 표현하는 삶의 질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에 국회에서는 퇴근 후 카톡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 법안이 발의됐다.
 
이를 단지 새로운 기술혁신을 거부하는 또 다른 '러다이트 운동'으로 봐서는 안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7년 상반기 조사에 의하면, 국내 노동자의 86.1%가 퇴근 후나 주말에 스마트 기기로 업무를 봐야 했고, 스마트 기기로 인한 초과 근무 시간이 주 11.3시간에 달했다. 기술발전으로 인한 24시간 연결 시대를 잘못 이해하면, '24시간 언제든지 연락해서 업무지시 할 수 있게 된 시대'로 악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로그오프(Log-off) 법'이 시행 중이다. 건강한 근로 환경 유지 측면에서 새로운 워크라이프에 잘 적응한 노동자조차 '번아웃(Burn-out) 증후군'에 빠지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이미 '블록체인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자 미래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비트코인 열풍으로 홍역을 앓았다. 주변에서 비트코인으로 큰돈을 잃었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직장인으로 평생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는 현실에서 많은 젊은이가 관심을 가졌다가 좌절했다. 가상화폐 열풍은 이들에게 마지막일지도 모를 인생 절호의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부의 사다리가 사라진 우리 현실이 청년들에게 비트코인을 급하게 공부해서라도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게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 같은 다양한 원인 분석 없이 기존의 경제체계와 구조가 무너질까 부랴부랴 가상화폐를 투기로 못 박고 규제하기에만 급급했다. 가상화폐를 가능케 한 블록체인 기술에까지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비트코인'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일확천금이 가능하다던 비트코인 광풍은 지나갔지만, ICO 등 보안성이 우수한 비트코인의 본연의 가치와 기능에 비중을 둔 관심이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하는 것은 비트코인 자체보다 그런 가상화폐 사용을 가능케 한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쉽게 설명하자면, 복식 부기 개념을 떠올리면 된다. 장부가 하나일 때보다 두 개를 만들어 기록하고 확인하면 더 안전하게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이치다. 이와 같은 거래 장부의 개념을 확장한 개념이 블록체인이다. 컴퓨터, 모바일 등을 통해 서버에 접속했던 거래자에게 모두에게 장부를 나눠주고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그 내역을 모든 사람의 장부에 기록하면,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서버와 당사자 간 가지고 있었던 몇 개의 장부 내역만 조작하면 해킹이 가능했던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만약 블록체인을 해킹하려면, 거래가 있었던 모든 이용자의 장부를 찾아 전부 조작할 수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거의 완벽한 보안성을 가진 이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그동안 발전이 미진했던 가상화폐 등의 개념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블록체인 기술로 가상화폐를 위시한 핀테크의 눈부신 기술 발전이 안정성을 얻었고, 우리 삶의 모든 것을 하나씩 바꿔 나가고 있다. 이 기술로 공인인증서 문제도 대체 가능한 돌파구를 찾았다. 우리가 자주 쓰는 카카오페이의 인증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정부-공공기관의 공문서 유통은 이미 적용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온라인은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강력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이제는 오히려 많은 사람이 함께 접속해 있어야 더 안전하다는 믿음으로 바뀌고 있다.
 

 
모든 사람이 항상 연결해 있는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는 항상 연결해 있지 않으면, 일조차 구하지 못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욱 우리에게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중요하다. 연결과 비연결이 노동과 일상생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지만, 매일 발전하고 기술과 그에 따라 변화하는 노동 환경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지금의 법-정책이 너무 느리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혜안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서둘러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로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조차 모두 강력하게 연결된 '블록체인 사회'.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우리는 그 균형과 의미에 관해 한 번쯤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박진혁 기자 pjh@korea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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