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불안
[기자수첩]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불안
  • 박진혁 기자
  • 승인 2018.05.1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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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트리뷴=박진혁 기자]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는 어느 날 갑자기 꿈에서 깨어나 보니 흉측한 벌레로 변한 주인공 그레고리가 나온다. 영업직 사원인 주인공은 출근하지 않고 늦잠을 잤는데 깨어나 보니 벌레로 변해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여기서 벌레로 변한 흉측한 그레고리는 사회에서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해고자, 실직자, 퇴직자, 질병이 있는 사람 등을 은유한다. 소설의 내용은 생소하고 기괴하나, 사실은 우리 주위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을 우화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는 언제나 떨쳐내지 못하는 악몽 같은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간다. 그것은 '어느 날 내가 갑자기 실직한다면', '갑자기 내가 큰 병에 걸린다면' 등의 걱정이다. 무한경쟁에 익숙한 사회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그러한 공포는 '불안'으로 남아 심리적인 안정을 해친다. 


이와 같이 사람들과의 경쟁만으로도 충분히 지친 상황에서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벌어졌다. 이는 우리가 암묵적으로 인간의 보조도구로 한정하고자 했던 A.I.를 인간과 동등한 경쟁자로 받아들이는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머지않아 '인공지능 기계'들과도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는 압박감이 정말로 현실로 다가왔고, 이제 우리는 쉽게 떨칠 수 없는 공포를 항상 느끼고 있다.

 

 

지난 2016년 말, '10만 관중'이란 역사를 쓰며 세계 최초이자 최장의 e-Sports 리그로 자리매김했던 우리나라 'e스포츠 프로리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유명한 두 선수의 이름을 따 소위 '임진록'으로 잘 알려진 '임요환 vs 홍진호의 라이벌 대결'과 같은 흥행 신화를 쓰며 스타크래프트 콘텐츠로 'PC방 열풍'을 주도했고, 최고의 위상으로 무려 14년을 버텨낸 사이버 게임리그 산업이었다. 그런데 한순간에 '21세기에 걸맞은 세계 유일의 스포츠 신생 종목'이라는 세계적 호평까지 받았던 거대한 산업 분야 전체가 사라진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기술의 발전으로 VR등이 새롭게 떠오르고, 직접 가상세계 속을 누비면서 게임을 즐기는 개인형 콘텐츠를 집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게되자 산업 생태계가 급변한 까닭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초로 e스포츠 분야를 개척하며 일한다는 자부심과 열정으로 일했던 수많은 산업 종사자와 프로팀 선수들 모두는 카프카의 소설처럼 자고 일어나니 한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진 악몽 같은 현실을 실제로 경험해야 했다.


앞으로 디지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우리는 분명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일자리를 경험할 것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우리가 '정규직'이라는 잘 알려진 안정적 일자리에 더욱 집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모두가 프리랜서나 임시직인 세상'이 온다면 어떨까? 사뭇 두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미 그러한 사회는 도래하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신생 '플랫폼 산업'을 통해서다. 하나의 책을 만들기 위해 여러 분야의 프리랜서를 모아 작가, 디자이너, 출판인이 각자의 장소에서 단계별로 작업을 완료한 뒤 결과물을 넘기면, 매니저가 최종 확인을 통해 출판하고 납품을 마친다. 대금을 받아 각자의 계좌로 나눠 넣어주면, 프로젝트는 끝나고 팀원들은 해산한다. 물론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프로젝트 시행 회사의 '직원명단'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자리에 모여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이런 방식은 인터넷 기술혁명으로 인해 '클라우드 혹은 스마트 워크'가 얼마든지 가능한 사회가 되자마자 서서히 현실 노동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이를 두고 재즈공연을 기획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하여 플랫폼을 통한 임시적 경제를 뜻하는 '긱(gig)'으로 통칭한다.

 

한국을 찾은 다보스포럼의 클라우스 슈밥(사진 오른쪽)  ⓒ박진혁 기자 

 

얼마 전 다보스 포럼에서는 인터넷 디지털 혁명을 넘어서는 혁신적 인공지능의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를 던졌다. 다보스 포럼의 창시자이자 독일의 경제학자인 클라우스 슈밥은 직접 한국을 찾아 가장 '4차 산업혁명'에 근접했다고 평가받는 우리사회에 닥칠 미래의 변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알파고 대국으로 인공지능 사회를 가장 먼저 체감했고, 그만큼 더욱 큰 '불안'에 시달리는 한국 국민을 향해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기술혁신 역시 사람의 결정과 선택에 따라 비관적으로도 혹은 낙관적으로도 갈 수 있으므로, 사회구성원 다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도록 사회와 제도를 지속해서 혁신하고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역사를 보면 많은 경우, 기술의 혁신이 자동으로 긍정적인 사회변화로 이어지는 때보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초기 산업혁명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이미 매우 고통스러운 실업 사태와 광범위한 아동노동 착취, 장시간의 노동과 저임금을 경험했다. 과도기적 실패를 벗어나기 위해 그만큼 엄청난 사회적 기회비용이 들었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다시 새로운 산업혁명의 과도기를 거쳐야 한다. '과도한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와도 마주해야만 한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없어질 일자리 통계'를 접하고 불안해한다. 그러면서도 새로 생겨날 일자리를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하지만 클라우스 슈밥이 말했듯, 한국 국민은 가장 먼저 '4차 산업혁명'에 근접한 삶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차피 겪어야 할 과도기라면, 미경험으로 인한 '불안'을 고민하기보다 다가올 새 시대와 새로운 일자리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박진혁 기자 pjh@k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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